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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오감레터20호] 길을 찾다, 두번째 갈래길, 한인 재외국민자녀의 진로
    ICTRC_letters 2024. 3. 28. 11:20

    한국사회의 “우리”와 심리학의 “나”

    한국 사회를 이해할 때, 서구 사회와의 큰 차이 중 하나가 “I”와 “우리”에서 찾곤 합니다.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로 서구 사회는 개인주의로 이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인을 인식하는 방식에서 서양의 경우 개인을 주체적으로 바라보고 심리적 접근을 한다면, 한국 사회에서의 개인은 집단 속 구성원으로 상호간의 균질한 상태를 유지하려는 관성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여러 설들이 있지만, 한국인은 “우리”라는 집단성을 배경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개인의 권리보다는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반면에, 서구 사회에서는 심리학적으로 ‘나’에서 비롯된 권리, 개성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다름은 해외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이 몇 살에 한국을 떠나서 어떤 배경의 학습환경에 노출되어 있는지에 따라서 자아를 인지하는 주체가 달라질 뿐만 아니라, 차이를 가져옵니다. 여기에 성장발달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 주체가 연령에 따라서 부모로부터 점차 친구로 바뀌는 과정은 주체를 이해하는데 더 복잡하게 작용하게 됩니다.

    초등과정에서의 진로 핵심 “나는 누구인가”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과정에서의 진로교육은 ’정체성’을 탐구하는 과정이며, 개인의 특성, 그리고 직업군으로 확장하는 출발점입니다. 이 과정에서 문화오감센터는 개인의 역량 대신에 “우리”에서 시작하는 정체성 이해에서 출발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란 질문을 던지면서 진로교육을 기획하였습니다. 교육부에서 발표자료를 살펴보면 아이들 개인의 희망사항에 따라 희망직업과 전공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일반적으로 진로교육은 개인의 역량(!)으로 성취되는 능력주의를 기초하여 역량을 키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관찰한 부분에서는 자녀의 관심과 더불어 부모의 관심과 지원 역량에 따라서, 자녀가 진로와 직업을 이해하고 확장하며, 직업간의 상호관계성을 조망하는 시선과 경험치의 질도 달라지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즉 학생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학생의 주변 환경에 따라 그 역량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문화오감센터는 개인 정체성이해의 출발점에서 개인성과 사회성 가운데 무엇을 기반으로 할 것인지에 따라 학생의 경험치와 선택의 폭, 그리고 더 나아가 개인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이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교차문화요인에서 사회적요인으로
    한인 재외국민자녀는 한국 본토에서 살아온 아이들과는 다른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온라인과 가상세계, 낮아지는 교통비로 인해 비슷한 정보를 얻고 즐길지라도, 살고 있는 곳의 기후, 삶의 방식, 오가는 길에서 만나는 풍경, 그리고 교육 방식에 따라 자녀의 가치관은 각 아이들마다 다른 가치와 방향성, 그리고 양태로 나타날 것입니다. 동시에 고국을 대하는 태도도 다르게 형성될 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에서 살펴보면, 서구사회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은 한국인에 대한 가치가 높지 않았고, 한국보다 사회 경제적으로 낮거나, 공산권 배경의 국가에서 성장한 한인 자녀들은 한국에 대한 위상이 높았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반대로 한국에 돌아와서 한국 사회 속에 살면서 종종 뒤짚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다른 문화에 진입하며 경험하는 적응 과정의 반응과 유사합니다. 문화적 요인에서 출발한 자녀 양육의 한계는 이런 각각의 다양한 경험을 타문화적 요인으로 한정하는 일반화에서 출발하여 스테레오타입으로 대하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만약 문화적 요인이 사회적 요인에 비하여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80년대 였다면, 사회내에서도 구별될만큼 이들의 경험은 독특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내 문화적 다양성이 보편적이고, 타국으로의 이동과 활동이 시차없이 벌어지는 시대입니다. 재외국민자녀의 이동 경험이 극적일 지라도, 사회 내에서는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한 조각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변화의 연속인 재외국민의 삶에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개인의 독특한 문화적 특징이나 역량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의 시기에 항상 그들 옆에 있어줄 안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성장발달 과정에서 아이에게 필요한 중요한 요인이기도 합니다. 다만 변화 요인이 문화적 요인이 추가로 얽힌 환경이라는 점에서 가정의 역할은 모국에서만 성장한 이들과 비교할 때 더 클 것입니다.  

    같은 듯 다른 이야기, 가정의 힘
    TCK의 특징을 문화적 요인에만 의존하는 것은 다양성에 기반한 현대 사회에 적응하는데 적절하지 않습니다. 문화오감센터의 진로교육는 자녀의 개인 역량보다는 다양한 사회 속에서의 관계성에 우선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10대 초반에 부모와 같이, 자녀와 가정을 둘러싼 관계를 살펴보고, 자신의 특성과 영향력의 기원을 추적하는 기반 위에 개인 역량을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문화오감센터의 “길을 찾다”는 두번째 프로그램, 해외에서의 자녀양육과 진로 공동체 세우미를 “교차문화 속에서의 선교사자녀양육과 정체성”을 주제로 ,2023년부터 다양한 교육지원에서 소외된 곳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진로교육 프로그램이 개인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문화오감센터 만큼은 사회성에 초점을 맞춰 가족의 기원과 특성에서 출발하고자 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여름마다 튀르키예와 발칸반도를 격년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는 발칸반도에서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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