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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중언어에대한 단상
    연구소 2016. 3. 30. 01:27

     선교사자녀사역을 처음 시작하면서 제일 아쉬운 것은 언어의 부족이었고, 선교사자녀를 만나다보면 열등감이 생긴 적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겪어온 시간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서 언어를 습득하는 것이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중언어에 대한 자료들을 자주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지미 출처: Odyssey http://theodysseyonline.com/unh/10-bilingual-people-true/269921

     이중언어라는 단어가 적절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어로는 Bilingual, 그러니까 두 개의 언어가 두 개의 자전거 바퀴처럼 잘 돌아가는 것을 상상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마치 두 개의 언어가 층을 이룬 느낌을 줍니다. 이 두 가지의 이미지는 이중언어가 갖는 형태적인 모습과 동시에 뇌에서 벌어지는 과정들 사이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닐지 싶네요. 그리고 이중언어와 제2외국어 사이의 차이를 잘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도 유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Second language(제2외국어)는 학습의 산물이라면, Bilingual은 자연스럽게 한 그릇에 담긴 두 언어랄까요?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며 뇌에서 두 개의 언어 영역이 작동하는 것을 의미하곤 합니다. 다만 그 시기에 있어서는 학자들마다 다르기 때문에 학습의 산물을 배제하기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자연스럽게 습득하더라도 언어를 배우는 학습의 과정이 존재하니까요. 그래서 학계에서는 “이중언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 것부터 이중언어의 장점, 혜택이라 말하는 것들이 실제로 탁월하게 나타나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 되고 있습니다. 


     이중언어가 한국 교육 현장에서 등장한 것은 다문화 가정의 증가로 인한 요인이 제일 큽니다. 그러나 그 이전부터 해외에서 생활을 하는 선교사들에게는 낯설지 않았습니다. 문화를 넘다드는 현상을 경험하면서, 그 자녀들 역시 두 개 이상의 문화 속에서 생활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언어는 가장 두드러진 크로스컬쳐의 요소이자 현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크로스컬처의 현장에서 발생한다는 이중언어는 학습언어와 구별됩니다. 학습언어와 이중언어의 차이는 언어를 습득하는 그 자체보다 뇌의 형성과 관련이 깊습니다. 그러니까 언어의 습득이 이중언어의 관점이 아니라 사물과 이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중언어자가 되는 환경적 요인은 주로 뇌 발달이 멈추는 지점의 이전, 만 12세 이전으로 제한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학자들 마다 생후 6-14개월, 미취학 시기, 만12세 이전으로 그 시기를 다르게 보기도 합니다. 위의 주장들을 바탕으로 한다면, 선교사자녀들의 이중언어 환경에 노출되어야 할 시점은 최소한 초등학교 5학년 이전에 해외에서 생활을 할 때이고, 이중언어를 소유할 가능성(소유가 아니라)이 생깁니다. 

     선교사들의 경우 이런 이중언어의 가능성을 고려할 수는 있으나 실제로 과학적 근거를 따라갈 여력은 그리 많지 않은 듯 합니다. 이런 이론들은 아이들의 성장발달과 언어발달을 고려해 선교사들의 출국 시기를 조절할 근거가 되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민영 선교사님의  언어습득 글에서 "언어를 배우는 데 너무 늦은 나이는 없다"는 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부르심 속에서 자녀들과 함께 나누면서 떠나는 길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함께" 공동체로 걸어가는 길이고, 언어습득은 그 여정에서 만나는 과제이며 도전입니다. 정 선교사님은 이를 "특권"으로 생각하고 누리며 행복하게 꾸려가는 것을 격려합니다. 그러니까 “선교사자녀의 이중언어”는 다중 문화 속에서 외국어 습득이라는 개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좀 더 유용할 듯 싶습니다. 



     이중언어든 외국어 습득이든 그 양쪽에서 우리가 좀 더 신경 쓰고 강조해야 할 부분은 모국어입니다. 언어 습득에 있어서 모국어에 대한 실력이 제2의 언어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들을 하지요. 이는 언어가 단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을 담아내는 하나의 예술이기 때문입니다. 또 선교사들에게 모국어의 중요성은 재입국과정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재입국의 이유는 다양하지만 최근 대학입학을 이유로 한국으로 재입국하는 선교사자녀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언어는 구어체와 문어체, 모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한국 학습에 있어 문어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학에서 쓰는 보고서는 문어체의 양식들을 가지고 이를 바탕으로 평가합니다. 전 마닐라한국아카데미 교장이셨던 홍세기 선교사님은 한동국제학교 교장 시절, 초등학교는 현지어로, 중등과정은 영어와 한국어로 하는 것이 한국 선교사자녀들에게 제일 나은 방법일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것은 중등과정부터 모국어를 해도 괜찮다가 아니라 꾸준히 미취학 때부터 모국어로 가정문화를 만들며 기초를 다지라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번 문화 오감 두 번째 편지에서 이중언어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장과 관련 자료들을 모아 보냅니다. 이 자료들은 선교사들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자녀를 키우는 모든 부모님께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노파심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이중언어의 시기가 갖는 의미는 생태적 관점에서 연구되었지만, 종종 교육 시장에서 상품을 팔기 위해 이용하는 도구들로 활용된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 내 사교육 시장에 대한 급격한 팽창과 우려 섞인 가운데 미취학 아동을 향한 상술은 날로 교묘해 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중 언어의 가장 큰 유익은 소통이 갖는 행복, 나눔, 그리고 듣는 것이라 믿습니다. 언어의 높은 기술과 세련됨을 가지고 있다 한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로 인한 정신적 어려움을 겪게 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이중언어에 노출되는 시기, 바로 그 시기가 아이들에게 가장 최선의 시간이며 최적의 조건이 아닐까요? 특별히 가족 모두가 특별한 부르심과 목적이 있다면 그 시기가 어떠하든 바로 그 떠남과 또 거기에서 만나는 도전과 삶의 과정 그 한순간, 한순간이 바로 그 적절한 때라 믿고 결정한 길을 신뢰하고 "함께" 걸어가시길 기원합니다.


    문화오감연구소 연구원 방준범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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