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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탄자니아 MK 학습캠프 보고서세미나 2018. 1. 20. 19:57
“2018 재외국민자녀, 길을 찾다” TCF 탄자니아 MK CAMP
“딱, 목사님이에요.”
지난해 11월 18일, 탄자니아 MK CAMP를 준비하시던 선생님께서 던진 말이었습니다. 포항지진 여파로 수능시험과 대학입시 일정이 한 주 미뤄지는 바로 그 시기에, 캠프에 필요한 진로교육에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가운데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10일까지 탄자니아 아루샤에서 선교사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TCF 학습캠프 팀에 합류한 문화오감센터는 한 달 넘는 시간을 함께 준비하여 MK들에게 필요한 ‘진로’ 영역으로 캠프를 섬길 수 있었습니다. 별문화오감센터는 선교사님들과 타국에서의 자녀 양육에 관한 주제로 세 번의 만남을 가졌고, 진로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과는 자기 자신에서 시작하여 타인과 함께 사는 세상을 보며 자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시간을 네 차례 가졌습니다.
1. 재외국민자녀, 길을 찾다. ‘문제’란 길의 이정표. (문제는 어디에나 있다.)
캠프 참석을 결정하게 된 요인 중 하나는 아내가 제가 출국하기 전에 방학을 시작한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의 등원과 하원을 지도하는데 부모 중 한 사람이 필요한 제 가족의 특성 때문에 이번 캠프를 망설였는데 아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캠프 참여를 결정하였습니다. 캠프를 가기로 하고 항공권을 발권한 순간, 아내의 학사일정에 변화가 생기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만 아내의 지원은 변함없어, 마음의 짐을 안고 가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일상은 우리가 예측한 순간과 상관없이 돌발적인 상황을 만나곤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상황을 돌파하면서 삶을 살고 있지요.
개인의 기능과 능력은 충분하지만,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일을 할 수 없는 이들도 있고, 부족한 능력에도 그 일을 수행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과거들을 통과해 오늘을 살고 있으며, 또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진로는 바로 이런 순간의 결정들로 수놓을 미래의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만나는 순간을 대면하는 ‘용기’와 결정의 동기가 되는 ‘가치’가 개인의 ‘능력’ 못지않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진로의 이정표들’이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성장하는 이들보다 다양하고 복잡한 문화의 배경 속에서 문제를 대면하고, 결정하는 과정들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2. 재외국민자녀, 길을 찾다. “나”로부터 시작되는 진로
‘진로’를 처음 다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때는 ‘진로’라는 단어 대신 ‘진학’을 썼고, 대학입학에 관한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좋은 대학에 좋은 조건으로 들어가 그들의 잠재력을 찾아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MK가 미래를 깊이 생각해 볼 겨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들에게 잠재력이라 여겼던 부분은 사실 문화 속 갈등과 적응에 소진되었다는 사실도 말입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진학” 대신 “진로”입니다. 그리고 바로 자신을 탐색하는 낯선 여정이 그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자신을 탐색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그리고 성별에 있어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보다 진지함이 부족한 편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상담 속에서 만나는 이들은 누구보다 진로를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럽고 진지했습니다. 어쨌든 이들과의 자신을 탐색하는 시간을 시작으로 외부에서 부여한 정체성 들을 함께 다루며 ‘나’를 스스로 말하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그다음의 과정은 우리가 살아야 할 세상의 미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과학의 발전과 동시에 해체되는 사회 구성원들, 그리고 재구성되는 가상과 현실의 네트워크 등을 다양한 예시로 살펴보면서, ‘연대’와 ‘공존’이라는 주제 속에서의 가능성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여정의 마지막은 그동안 찾아간 자신을 하나로 모으는 일입니다. 100세 인생, 내 라이프 궤적을 생각하고 그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스피치’로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의 발표는 재미있었습니다. 그들 발표 속에 나타난 공통된 특징은 20대 결혼과 출산이었고, 노년의 여백을 세계의 다양한 유산들을 방문하는 것으로 채우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당연한 상상이겠지만, 문득 한국에 사는 청년들, 3-40대의 이들은 이 이야기를 어떻게 들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영상으로 지켜본 부모들의 웃음은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그들의 이야기가 실현되는 사회를 위해서는 오늘을 살아내는 우리의 노력이 좀 더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3. 부모교육의 시작은 “부모”이전에 존재하는 “나”를 발견하는 것이다.
부모 교육은 총 3차시(각 2시간)로 구성하여 준비했지만 실제로는 90분이어서 전반적으로 쫓기는 듯 진행되었습니다. 원래 캠프 프로그램에는 없었지만 제가 팀으로 합류하면서 한 달 전에 선교사님들에게 공지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선교지에서는 여름과 겨울의 방학 기간이 본국에서 오는 단기 팀들을 섬기는 것이 주요 사역인지라 선교사님들의 참석이 쉽지 않으셨음에도신경 쓰신 흔적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동남아시아에는 다양한 지원들이 있었지만,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접근과 지원이 빈약하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앞으로도 이를 고려하여 여러 형태의 부모교육을 생각해봐야겠다는 부담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번 부모 교육은 아이들의 진로 교육과 연계하면서도 ‘부모’의 정체성과 자녀들의 특성을 생각하는 개론 적인 접근을 고려했습니다. 그래서 1차시는 부모 되기, 2차시는 MK의 특성, 그리고 마지막은 우리가 사는 세계로 구성하였습니다. 답을 제시하며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니라 열린 결말을 위한 질문으로 마치는 시간이어서 첫 시간부터 부모님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봐야 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각자의 역할들을 자신의 상황 속에서 설정하신 것을 나누는 것을 볼 수 있어 안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거창한 행위에 있지 않으며, 아이들에게 싸주는 도시락에 마음을 쓰고, 아이들의 일과에 관심을 두는 행위들에 있다는 점에서, ‘학부모’에서 ‘부모’로 자신의 위치를 재설정하는 시간으로 충분하지 않았나 평가해 봅니다. 그런데도 선교지라는 현장은 한국 사회와 다른 단순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저에게는 이곳 탄자니아의 상황을 좀 더 이해하고 다뤄야 하는 숙제가 생겼습니다.
4. MK의 정체성을 접근하는 자세, 특징 vs. 보편
지난 10여 년간 MK 사역을 하면서 생긴 질문, MK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에 관하여 이번 부모교육에서 한 꼭지를 다뤘습니다. 이 부분은 앞으로 저의 소식지에서 계속 언급될 부분이어서 여기서는 간단하게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한국교회는 MK라는 그룹의 독특한 특징을 중심으로 MK를 이해하고 접근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한국 사회는 해외 이동과 거주가 활발하게 이뤄졌고, 상당수의 한국 아이들이 MK들과 비슷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교의 측면에서 보자면 MK들이 다음 세대의 선교사로 세워질 것을 기대했지만 일부를 제외하곤 그렇지도 못했습니다. 심리적 측면에서는 문화적 갈등의 긴장을 개인의 역량으로 판단하여 진단하는 흐름이 커졌습니다. 그 결과는 국가/인종에 의존한 우월성, 북미 사회 중심의 세계관을 의미하는 영어 우선 교육, 그리고 개인의 책임감을 강화하는 신앙심 등에 의존한 정체성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의문을 갖게 합니다. 동일하게 MK가 처한 상황을 구조적 문제보다는 개인의 문제로 다가서는 정책들에서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교회에서 등장한 교회의 공공성과도 맞닿은 지점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긴장감을 가지고 임했지만, 특수성보다는 보편성에서의 접근이 MK를 이해하는데 타당성을 갖고 있다는 점을 전달했다는 측면에서 만족했습니다.
5. 탄자니아, 아름답지만 어렵다.
입국하면서 내리기 시작한 비는 캠프 기간 동안 비포장도로의 먼지들을 잠재워줬습니다. 비와 함께 오는 사람들은 ‘복을 가져오는 사람’이라고도 한다지요. 저희는 더울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날씨가 서늘해서 오히려 겨울옷을 꺼내 입어야 하는 상황을 보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캠프를 마치고 맞이한 여정에서는 메루산자락들이 푸른 옷들로 갈아입은 아름다운 풍광과 먼지 뒤집어 써야 할 비포장도로에서 맑은 시야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아울러 교회에서 울려퍼지는 찬양 소리와 함께 어우러지는 이슬람사원의 기도송은 공존의 향기와 더불어 종교적 충돌에 대한 공포를 떠오르게 합니다. 적어도 탄자니아에서는 미묘한 향기가 충돌보다는 함께 사는 이웃의 웃음과 사랑이길 바라며 평화의 기도를 올립니다.
"아루샤를 푸르게 만드는 축복의 산 메루. 산줄기에서 흘러오는 물은 아루샤에서 다양한 작물이 자랄 수 있도록 만든다."
6. 후기
여러 나라를 방문하고 현지에서 일하시는 한국 선교사님들과 그의 자녀들을 만나는 경험은 저에게 ‘선입견’을 조심하도록 경계합니다. 선교사들의 삶과 처한 현실이 다르고, 나라마다 선교사를 향한 감정들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현지 환경의 차이와 사역의 방식, 그리고 한국과의 관계성도 선교사들의 생활에 소소한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탄자니아 방문은 그동안 경험했던 MK들의 상황과 또 다른 모습을 생각하게 합니다. 교육의 방식이나, 접근 그 자체도 좀 더 다양한 자원들을 재조합하거나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탄자니아의 MK 지원은 불안한 정치적 상황에서 기인한 교육자원의 빈약함과 불안정함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현지 정부의 외국 교육기관에 대한 일방적인 태도가 숙제이긴 합니다만 한국 교육 환경이 가진 경직성과 대학진학에 맞춰진 정책, 그리고 혼선은 그보다 더 큰 도전입니다.
앞으로 문화오감센터는 한국의 변화되는 교육 현실을 고려하여 MK를 포함한 재외국민자녀의 교육 지원과 이를 위해 필요한 부모교육을 좀 더 연구해 나갈 것입니다. 더불어서 지난 역사 속에서 한국의 다양한 것들이 MK들을 어떻게 바라보았고, 지원했는지를 추적하는 과정도 더 할 것입니다. 이번 탄자니아 방문은 문화오감센터의 구체적인 사역을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의 응원과 지원 속에서 문화오감센터가 탄자니아 학습캠프에 참여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함께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탄자니아 MK 캠프 문화오감센터 재정 내역
총 후원
₩3,500,000
총 지출
₩2,575,418
총잔액
₩924,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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