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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오감레터] 14호 문화오감센터의 이주ICTRC_letters 2021. 3. 12. 23:30
철길이 바뀌면 철마가 비춰주는 주변의 풍경도 바뀌듯, 이주는 삶의 풍경과 방식도 바뀌는 거 같습니다. 안녕하세요. 문화오감센터의 방준범입니다.
뉴스레터라는 방식으로 문화오감센터의 생각을 나누는 저널 방식을 잠시 내려 놓고, 간단하게 나마 최근의 상황과 앞으로의 일정을 나누고자 합니다. 코비드19로 인해 지구촌 모두가 큰 충격을 지난 한해동안 겪으면서 크게는 국제 관계에서 작게는 일상의 생활 모두가 변동을 겪고 있습니다. 문화오감센터 역시 지난 한해 동안 구체적인 활동을 가질 수 없었고, 두 아이들 모두가 집에서 생활하는 관계로 세끼 밥을 매일 차리는 가정주부의 삶에 전념하였습니다. 물론 지난 편지에서도 언급했듯, 해외선교사자녀들 가운데 국제학교 교사로서의 길을 지원하는 국제학교교사지원프로그램 ITS는 한명의 선교사자녀를 지원하는 것으로 지속되고 있으며, 얼마전 저의 작은 연구글이 학술지에 등재되었습니다. 그리고 익산으로의 이주는 한달 반 정도 늦어지겠지만 늦어도 3월말에는 이뤄지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주”의 길
지난 9월 이후 결정된 이주 계획은 익산시 오산면에 보금자리를 찾아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가족은 군산 부모님 댁에서 지내고 있으며, 아이들은 3월 한달동안 군산에서 익산의 학교로 통학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건축 부지의 상황 때문에 한달정도 늦어진 결과인데, 또한 과정에서도 조금씩 일정이 늦어져서 빨라도 3월 말이 되어서 이사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사 후에는 아이들이 걸어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될 것이고, 저희 역시 안정적인 가정과 사역, 그리고 학업들을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익산으로의 이동은 저희 부부의 사정때문에 KTX와 가까운 지역을 선정하면서 내린 결과였습니다. 이제 말씀드리지만, 아내의 경우 교원대학교 대학원 과정에 합격해서 매주 오송으로 다녀야하는 사정이 있고, 저 역시 서울에서 가끔의 미팅을 위해 오가는 사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코비드19의 위세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말입니다.
모교에서의 강의
작년부터 제안된 기독교교육 다문화학 에서의 강의를 올해부터 시작합니다. 저의 경우 선교사자녀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된 학업이 다문화교육으로의 접근을 모색하면서 다문화와 관련된 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다문화와 다양성에 관한 이해를 인정받고, 동역자들과 나눌 수 있는 자리에 초대받는 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국제학교로 이동하는 과정 때문에 고사했는데, 올해부터 강단에 설 수 있도록 학교에서 배려해 주셨습니다. 새롭게 개설되는 과목인데다가 주제 난이도가 저 개인에게 높아서 지난 몇 개월동안 머리를 쥐어짜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어떻게 읽을 것인지에 대한 저의 생각을 나누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 진행중에 있습니다. 다양성에 관한 고민은 선교사자녀를 연구하면서 실마리를 얻었고, 이를 심화하면서 근대성과 다문화 현상으로 저의 관심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3년 전에 소개한 “국내 선교사자녀 연구 동향”을 주제로한 학술 논문을 발표하면서 그 생각을 끄집어 냈고, 선교사자녀에 관한 인식개선을 주제로한 두번째 논문을 발표하면서 조금 더 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논문과 이번 강의의 초점은 ‘범주화의 오류’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특징을 기준으로 ‘집단’을 구성하는 ‘범주화’는 인간의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근대성이었다면, 그 내부의 개인들은 모두 다를 뿐더러 여러개의 범주에 다중적으로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현대 사회의 특징입니다. 이 의미는 하나의 ‘범주화’로 개인을 설명하는 것은 정확할 수 없고, 접근과 처방도 적절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A선교사의 자녀 B는 선교사자녀라는 범주로”만” 접근하고 설명할 때, A씨가 나이 50에 선교사로 헌신했고, B는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이라 한번도 해외에 나간 적이 없다는 사실은 의미가 없습니다. 또 B는 아버지의 직업때문에 초등학교때만 3번 다녔기 때문에 오래된 친구가 없다는 점때문에 선교사자녀와 비슷한 ‘해소되지 않은 슬픔’을 가졌을 수 있습니다. 이렇듯 하나의 범주로 개인을 이해하는 것이 갖는 위험성을 강조하며, 이주민의 삶을 들여다보고, 동시에 토착민인 다수의 주민들의 삶도 함께 살피려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ITS와 문화오감센터
문화오감센터가 진행했던 재외국민자녀 진로교육과 자녀양육 프로그램은 현지 방문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한 해를 보내면서, 이전 강의들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국 상황에서 아이들의 진로에 관한 부모들의 고민은 나날이 커져가듯 선교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입니다. 문제는 한국의 진로교육 대부분이 대학 입학에 초점을 맞추고 있듯이 선교사들 역시 비슷한 상황에 있습니다. 그래서 2년전 이 접근에 대한 대안을 위해 문화오감살롱에서 진로와소명연구소 “정은진”소장님을 소개했으며, 작년의 상황에서도 온라인을 통해 선교지와의 연결을 통해 지속적인 열매들이 맺어지는 것을 옆에서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현장의 방문이 가능해진다면 현지의 여러 부모들에게도 자녀의 진로에 관한 성찰의 시간과 함께 현대 부모의 바람직한 모습을 세우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울러 지난 해부터 시작된 선교사자녀의 해외 교사 지원 프로그램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필리핀 하늘이 쉬이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만 온라인을 통해 현지와 국내에 거주하는 학생들을 연결하여 수업을 국내에서 성실히 감당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프로그램이 아직도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쉬이 열리지 않는 국경의 문들 때문에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이를 위해 손모아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마도 제가 좀 더 결단을 내려야 할텐데, 가정의 변화나 학교에서의 필요에 참여하는 것 등으로 인해 돌파할 힘이 부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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