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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오감레터22호] 코소보에서 길을 찾다. 캠프 이야기
    ICTRC_letters 2025. 2. 20. 00:50

    출국, 하나님과 동행하는 스릴넘치는 여정

    2023년에 아이들과 함께 항공기로 이동하는 여정이 너무 고생스러워서, 이번 일정을 서둘러서 가장 짧은 여정을 잡아 환승과정에서 소비되는 시간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출국시간이 가까워지는 가운데 이스탄불에서 알바니아 티라나로 가는 항공기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더 늦어진 시간대의 항공권을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의 체류시간은 6시간이 늘어난 10시간이 되었고, 새벽 2시에 출발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스탄불 국제공항에서 환승 과정이 문제가 생겨서 2시간 넘게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참고로 이스탄불 국제공항의 환승여정은 악명높기로 유명했는데, 이것을 직접 경험하면서 피곤함에서 오는 두통과 근육통이 몸을 감쌌습니다. 그러나 이정도의 과정은 정말 은혜였음을 티라나에 도착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동하는 그 날, 전세계적인 전상망 마비가 일어났고, 그 난리 속에서도 두 시간만에 환승할 항공기 티켓을 받을 수 있었으며, 순적하게 환승여정을 밟았던 것입니다. 출국 일주일전 항공권이 사라진 일, 악명높은 이스탄불 환승과정에 더하여 국제적 전산망마비 속에서 저희팀의 출국과 도착이 순적하게 이뤄진 것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코소보에 부르셨고, 우리의 여정을 인도하고 계심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항공권이 취소된 상황을 해결할 때, 정미선 선교사님께서 “우리가 가야할 이유”가 더 선명해졌다고 나눠주셨는데, 티라나에 도착하면서 그 말에 동의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새벽에 알바니아에 도착했고, 그날 오후가 되서야 코소보로 넘어가면서 본격적인 현지 적응에 들어갔습니다. 

    코소보에서 길을 찾다. 캠프의 시작

      프는 코소보의 외곽도시인 페야(Peja, 세르비아어 페취, Peć)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코소보는 알바니아계 중심의 국가이지만, 과거 세르비아 역사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역이어서, 알바니아인의 삶 속에 세르비아 역사 유산들이 같이 숨쉬고 있습니다. 이곳 페야는 코소보의 변방 도시이지만 세르비아 정교회의 교회와 가톨릭 교회가 남아 있습니다. 이곳은 12세기 비잔틴 양식의 교회가 세워지고, 14세기에 세르비아 정교회의 총대교구를 페야에 세웠고, 동로마제국이 멸망한 이후, 16세기에 이르러 종교 중심지로 재건되었습니다. 이후에 오스만투르크의 침략으로 이슬람 사원으로 바뀌었다가 20세기에 투르크족에게서 해방되면서 다시 정교회의 중요한 사원이 되었습니다. 이런 복잡한 역사는 비단 페야만이 아니라 코소보의 도시들이 세르비아와 알바니아, 정교회와 이슬람 사이의 슬픈 이야기들을 품고 있습니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볼 때, 개신교의 선교는 지난 20세기의 정치 종교적 역사와 맞물려서 외형적으로는 접근이 용이하지만 교회를 세우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희 문화오감센터의 “코소보에서 길을 찾다”는 이런 배경을 가진 선교사와 자녀들과 어울려 1박 2일의 일정을 즐겁게 보냈습니다. 

    친밀함으로 초대, 나와 가족 이야기

      이번 캠프는 자녀가 함께하는 진로 워크숍, MK들이 참여하는 과학 캠프와 전통놀이, 그리고 부모들과 나누는 양육 세미나로 구성되어 진행되었습니다. 진로 워크숍은 지난 저널에서도 언급했던 ‘한국 사회의 특성에서 출발하는 정체성’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정체성을 돌아보고, 가족 정체성을 함께 검토하며, 나아가 각자의 미래와 가족의 미래를 연결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진로 워크숍은 크게 1)함께, 2)하는, 3)항해 라는 세가지 목표를 반영하여 가족활동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함께”는 가족 관계 속에서 닮은 점과 다른 점을 탐색하며 정체성을 발견하고, “하는”은 각자의 삶의 정황과 특성을 고려하여 사회적, 문화적 배경 속에서 자신의 여정을 살펴보며, “항해”는 가족 구성원 각자가 걸어온 삶의 궤적을 돌아보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를 함께 계획해 보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을 활동과 강의로 풀어내며 진행하였으나,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가족 구성원을 하나의 프로그램 안에서 효과적으로 아우르는 기술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모든 참가자를 동일한 흐름 속에 담아내지 못한 한계가 있었지만, 이러한 경험을 통해 연령대가 다른 MK와 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활동을 조율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빛나는 밤하늘 속에서 만남, 과학캠프

    과학 캠프에서 우리집 1호는 강사로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습니다. 참석자 중에는 1호보다 나이가 많은 오빠들도 있었기에, 처음에는 수업을 진행하는 데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참가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고, 1호 역시 처음의 긴장을 극복하고 차츰 자신의 역할을 찾아갔습니다. 특히, 실험 시연과 설명을 직접 주도하면서 참가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질문을 받으며 교사로서의 역량을 키워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강사로 나서면서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연령대가 다양한 참가자들의 수준을 고려하고, 실습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도와야 한다는 점을 체득해 나갔습니다.

    학 선생님인 엄마와 협력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배움이 있었습니다. 저녁부터 중·고등학생을 따로 분리하여 심화 실험을 진행할 때, 1호는 보조 강사 역할을 하며 실험을 돕고, 참가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참여자들의 수준을 파악하고, 함께 호흡하며 배우는 과정이라는 점을 몸소 익힐 수 있었습니다. 실험이 진행될수록 참가자들과의 유대감이 깊어졌고, 나이가 많은 형, 오빠들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캠프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경험을 통해 1호는 강사로서의 자신감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과정에서의 책임감과 배려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습니다.

    캠프 이후의 만남, 놀이와 학습

    캠프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완벽한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지속적인 만남이 이어지면서,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그들의 속마음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MK들이 다니는 학교가 국제학교이든, MK학교이든 공통적으로 겪는 학업적 결손이 있었습니다. 흔히 학업 문제를 ‘영어 능력 부족’에서 찾곤 하지만, 실제로는 지속적인 ‘이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습 공백이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학교마다 교육과정이 다르고, 국가 간 이동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학습 결손이 발생하는데, 특히 수학에서 그 영향이 두드러집니다. 이를 해결하는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아이들이 스스로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손을 인식하고 보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부모가 아이들의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이동 과정에서의 차이를 미리 인지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물론, 부모가 여러 국가의 교육과정을 완벽히 숙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아이들의 학업적 연속성을 유지하고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입니다.

    학업적 공백을 지원할 수 있는 외부 그룹이나 네트워크가 존재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MK 개개인의 학습 과정을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입니다. 아마도 각 MK의 파송 단체들이 이를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스스로 학업적 결손을 인식하고 보완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인상적이었으며, 아이들이 적절한 외부 자극과 지원을 받는다면 보다 안정적으로 학업을 지속하고, 나아가 대학 진학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저희와 같이 MK들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역할은 단순히 학업적인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노력에 잠시나마 쉼을 주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촉진자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완벽한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부모와 공동체가 어떤 방식으로 이들의 학업적 환경을 보다 안정적으로 조성할 수 있을지 깊이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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