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치앙마이에서 만난 TCK SUMMIT
    세미나 2019. 12. 20. 22:40

    일시: 2019. 11.9. - 10.

    장소: 치앙마이 힐 호텔

    이제 성인이 된 비서구 MK들의 간담회

     처음 모임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꼭 가야하는지 고민이 있었습니다. 지난 두 달동안 네팔과 중국을 다녀오면서 재정적인 여유가 없었고,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해외 프로그램은 가족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입장이라 갑작스러운 참가는 여러가지로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게다가 MK사역자 네트워크를 담당했을때, MK들의 부정적 경험에 대한 오해와 돌봄의 부재에 대하여 해당 기관들과 교회의 무력한 반응에 많이 낙담했던 경험들 때문에 선뜻 마음을 더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해외 일정에서 마음을 나눴던 한 선배의 조언 덕분에 마음이 움직였고, 신청과 비행기 티켓을 예매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난 그날 저녁, 이번 행사 준비위원 한분께서 저의 신청여부를 묻는 소식을 지인을 통해 듣게 되면서 전율을 느꼈습니다. 이번 여정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이 있구나.’ 하는 안도감과 감사함이 밀려왔습니다. 

    “만남”이 주는 선물

     이번 모임에서 그동안 사역하면서 뵈었던 다양한 국가, 단체에서 일하고 계신 국내외 전문가분들을 오랜만에 뵐 수 있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네팔, 싱가포르, 홍콩, 그리고 일본 등의 국적을 배경으로 다른 국가에서 국가간의 이동 속에서 성장한 아이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섬기고 계셨습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뵈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하고 계신 일들을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이번 모임은 서로 업무의 필요로 만난 것이 아니라, 그동안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를 상호 교류하는 시간으로 기획되었습니다. 한국 선교사자녀 역사만을 알고 있던 저에게 한국을 포함한 홍콩, 인도, 싱가포르, 그리고 브라질 교회가  선교사자녀 돌봄과 지원에 비슷한 궤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이분들의 삶에서도 비슷한 궤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선교운동에서 선교사자녀를 돌보는 것이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음에도 끈질기게 붙들고 헌신해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이 씨줄 날줄이 되어 얽히니 지난 20세기의 선교 역사 속 중요한 지점들을 관통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전율을 느꼈습니다. 특히 이 모임의 모판이 되어준 존 바클레이의 경우 네팔 선교 역사의 시작과 깊은 연관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21세기에  들어와 기독교 선교가 서구세계의 문화적 지배라는 인식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다시금 기독교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이들의 행위가 침투적 맥락을 갖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복음의 사모함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기적들과 상호 존중의 모습들 속에서 현장의 변화만이 아니라 선교사와 연결된 사회의 변화도 목격하면서, 사회적 맥락은 일방적일 수 없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런 변화는 복음이 만드는 결과는 일방적이지 않으며, 당시 사회의 맥락과 정황에 따라 상호적인 변화를 만들고, 우리 사회에서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복음의 결과들을 통해 선교사와 모국교회도 바뀌게 됩니다. 선교사자녀 사역은 모국교회가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복음에 따르는 삶의 모습들을 선교사자녀들을 통해 경험하게 되겠지요. 

     저 개인적인 측면에서 이번 모임으로 이전에 함께 사역했던 선배들의 삶을 새롭게 만나면서, 그동안 살아왔던 삶이 의미없지 않다는 점에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문화오감센터라는 이름으로 재외국민자녀들을 지원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혼자서 문제를 대면하고 풀어가다 보니 과거에는 경험하지 않았던 어려움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각오한 부분이었지만, 막상 대면할때면 마음이 힘들어지곤 하여 맘편하게 손을 놓고 싶은 심정들을 자주 직면합니다. 그러나 이런 선배들의 삶을 보면서, 끈질기게 부르심에 매달리며 달려온 이야기와 나눔 속에서 간간이 흘러나오는 눈물과 흐느낌이 가슴 속에 들어올 때면 저도 모르게 같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다시(Again, Re;)”가 말하려는 것 

     오랜만에 뵙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보내면서 떠오른 단어가 “다시”였습니다. 다시 만났고, 다시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문화오감센터의 프로그램을 “다시” 의 시선에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문화오감센터를 시작하게 된건 제대로 된 국내 연구의 부재라는 아주 단순한 이유였고, 천천히 혼자서 할 수 있는 만큼 번역과 책정리를 하려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시작된 일이 네 교회의 지속적인 후원과 몇몇 개인 후원자들 지원 덕분에 해외 프로그램도 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먹었던 ‘연구’보다는 해외에서 부모를 대상으로 ‘재외국민자녀 양육’과 아이들 대상으로 ‘재외국민자녀 진로’에 좀 더 매진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그게 좀 더 재미있고, 결과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번 서밋에서 문화오감센터의 처음을 다시금 생각했던 것이 지속적인 연구부재가 만들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The Third Culture Kids’ 공저자들을 그곳에서 만나면서 그동안 그 책으로 일어났던 의문들을 묻고, 나의 생각을 전하면서 한국 국적의 재외국민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특히 Ruth Van Reken은 사회학자로 문화에 대한 정의의 변화, 국제 사회의 이동성과 다양성, 서구 제국주의의 비판 등에 근거하여 TCK 개념에 대한 비평적 시선에 대하여 1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추후에 공식적으로 인터뷰를 하기로 약속하기도 했는데, 내년도에는 이 부분을 다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런 시간을 통해 ‘문화오감센터’에 관한 시작이 무엇인지 돌아보게 되었고, 이 영역을 심화하는 것에 대한 부르심을 새삼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다시”가 저와 문화오감센터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너진 연대의 재구축, 다시 시작, 그리고 연구 이렇게 세 가지 입니다. (영어로 하면, Re;union, Re;start, Research 이렇게 Triple-RE네요.

    1) 다시 연대(Re;union)

     지난 10여년 동안 사역자들의 연대와 그 활동을 위해 일했던 경험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몰랐습니다. 필요에 따라 일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만남을 이뤘습니다. 이제 이런 연대의 재구축은 어렵겠지만 무언가 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 합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의 손을 통해 이뤄지는 일을 구지 할 필요는 없기에 제가 하고 싶었던 일을 중심으로 하되 연대의 주체들이 필요한 주제들을 찾아 현장을 존중하되 이론적인 이야기들을 만들고 싶어졌습니다. ‘살롬’에 대한 확증이랄까요?

    이번 서밋에 함께한 한국 참석자들

    2) 다시 시작(Re:start)

     사직에서 시작된 전업주부는 저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주었습니다. 가장 큰 행복은 아이의 성장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며, 그것을 목격하는데 저의 관심이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내조’가 빚어내는 저의 삶 양면입니다. 아마도 여성들이 느끼는 ‘경력단절’의 강도만큼은 아니겠지만 ‘이러다 공부를 마쳐도 계속 집에 있어야 하는거아냐?’ 라는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게다가 네트워크의 자리를 내려 놓은지 4년이 흘러가면서 이미 다른 분들에게 민폐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생겼네요. 그러다보니 차일피일 미루던 것이 이젠 마음도 어려워졌습니다. 

    the third culture Kids 저자들 Ruth van Reken 과 Michael Pollock 

    3) 연구(Re:search)

     그래서 2020년은 연구의 측면에서 크게 박사과정을 마무리하는 데 필요한 학위 논문과 이를 위한 인터뷰들을 최우선하게 될 것이며, 그 다음으로 5년전부터 생각했던 한국 MK사역의 배경을 인터뷰를 바탕으로 훑어보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이번 서밋은 그 과정에 놓인 사회학적 의문들을 저자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고, 저의 생각에 대한 판단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기회가 되면 그런 이야기들을 풀어낼 자리를 만들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리하며

     이번 만남을 통해서 비서구권 선교사자녀 관련 사역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었고, 오늘날 어떻게 연대하면서 자신들의 길을 만들고 있는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영어에 대한 한계때문에 전체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이 어려웠지만, 그럼에도 얼굴을 대면하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속에 있는 감정들을 교류할 수 있었던 경험때문에 전체적으로 좋았습니다. 지구촌교회가 지난 3년동안 두번의 MK Summit을 감당해 준 덕택에 비서구 MK들을 중심으로 세번째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제 앞으로의 과제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그 이상으로 진전되는 주제를 발견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 제가 할 수 있는 건 이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지지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