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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오감레터19호]-3 느슨한 진로 프로그램, 쫀쫀한 참여
    ICTRC_letters 2023. 9. 10. 00:20

    메르신은 오렌지와 레몬으로 유명한 도시란다. 농담으로 ‘시장에서 오렌지와 레몬을 거저 준다고 해도 가져가는 사람이 없다.’고 할 만큼 넘치고, 심지어 도시 가로수가 오렌지 나무다. 마트에서 파는 착즙 오렌지주스는 약간 심심한 맛인데, 의외로 물처럼 수시로 마실 수 있어서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우리를 행복게 한 것은 단연코 체리였다. 심지어 현지 선생님들은 “체리로 비행깃값은 뽑으셔야 하는데…”라고 놀리실 만큼 넘치면서도 저렴했다. 매번 장을 볼 때마다 토마토, 양송이버섯, 복숭아와 체리는 기본적인 구매 품목이 되었다. 체리는 일종의 도시 물가를 측정하는 나만의 표준물가다. 그래서 수도와 주변 도시, 그리고 지방 도시들 사이의 물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지방 도시를 1로 보았을 때, 관광도시들과 이스탄불은 2~2.5에 이르지만, 아무리 비싸더라도 대한민국의 체리 물가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비슷하게 복숭아도 저렴하고 당도도 높아서 자주 사 먹곤 했다. 복숭아는 체리와 다르게 가격 차이가 크지않아서 어느 도시에서든 쉽게 구매했던 과일이었다. 다만 무른 복숭아가 쉬이 상해서 보관이 어려워, 주로 딱딱이를 사 먹게 되었다. 아쉽게도 납작복숭아는 딱 한 번 누군가 들고 가는 것을 보았지만, 구매는 실패했다. 어쨌든 그렇게 과일과 다정하게 보낸 터키 일정이었고, 덕분에 한국에 와서는 한동안 과일 파는 곳에 눈길을 돌리지 못했다. (왜? 비싸니까…)

    느슨한 진로 프로그램, 그리고 아이들

    이번 여정의 주요 목적인 자녀 양육과 진로교육은 현지 선생님들의 일정상 3일에 걸쳐서 오후 시간에, 8차시를 진행했다. 우리는 진로와 양육과 과학 활동을 각각 4차시 수업으로 기획했으며, 전자는 방준범이, 후자는 김소현과 방희원, 그리고 방나래가 맡았다. 과학 활동 영역은 세 부분으로 세분화하여 놀이 활동(방나래), 과학 활동(방희원), 그리고 통합적 지식 전달(김소현)로 분류하여 준비되었다. 시간표는 매일 2차시로 구성되어, 진로교육과 과학 활동으로 이어졌고, 그 이후는 부모그룹은 그날의 평가를, 아이들은 자율적인 놀이를 기대했다. 그리고 실제로 아이들은 이전 과학 활동에서 만든 결과물을 가지고 놀거나 다양한 놀이 활동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프로그램 기획은 줌과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통해 세 차례 미팅으로 다듬어졌으며, 먼저 프로그램 취지를 설명하고, 프로그램 내용, 횟수와 일정을 논의했다. 

      1) 10세 미만의 진로교육

     이번 활동은 그동안 문화오감센터에서 가졌던 자녀 양육과 진로교육을 초등학교 저학년을 초점으로 한 일종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다수의 가족을 대상으로 학교와 같은 기관에서 진행하는 형태보다는 관계성 중심의 친밀감을 중심으로 한 정보 전달 방식을 택하였다. 그리고, 관계성을 우선할 경우 프로그램의 내용 전달이 명확하지 않거나 자칫 지루해져 아이들의 활동 참여 의지가 약해질 수 있겠다는 예상 때문에 단계별 핵심 주제 전달을 초반에 명료하게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려 노력했다.

      2) 부모와 함께 걸어가는 진로 교육

     그리고 ‘가족’이라는 특성 때문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여 따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보다는 병행하여, 비슷한 주제에 따른 정보 전달 방식을 강의보다는 참여를 통해 보편적인 이해를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만 부모 개입에 대한 자녀들의 불안함이 있음을 고려해서 아이들이 마음을 열고 활동할 수 있는 부분을 어디까지 결정해야 할지는 어려움이었다. 참여자들이 다수일 경우 일반적인 경향성에 근거하겠지만, 소수인 경우 각 가정의 특성을 반영하고, 또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정마다 구성하는 그 독특한 문화양식은 쉬이 바뀔 수 없는 성장의 토양이며 동시에 모두가 연결되어 상호간의 영향을 끊임없이 주고받는 생생한 현장이다. 각 가정을 일반화하여 표준성 아래에서 계량하는 보편적인 현장을 극복하고, 그들만의 이야기로 오롯이 채워 실험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자녀 양육과 진로 이야기는 특히 부모에게 가족과 자녀를 직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만 준비과정에서 아이가 적극적으로 마음을 열고 참여할 수 있는 내용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상정하는 것이 어려워, 결국 프로그램 전날까지 고민하였다. 이를 긍정적으로 설명하자면, 그동안 문화오감센터가 일반적인 관찰에서 비롯된 기준으로 부모와의 활동 범주를 결정했다면, 이번에는 각 프로그램을 실행하면서, 현장의 상황에 맞게 재구성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하였다. 그래서 사전준비과정에서 현장의 환경과 분위기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였고, 운영자들은 전체 운영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여유를 얻을 수 있었다. 입국 후, 시차 적응과 현장 이해를 위해서 이틀 동안 특별한 프로그램 없이 지냈고, 사흗날 오후부터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물론 시차 적응의 시간 동안 격리된 것은 아니었고, 아이들의 경우 입국 후 다음 날부터 다양한 놀이 활동을 통해 프로그램이 시작되는 시기엔 이미 어느 정도 서로의 성격을 파악하여 놀이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다. 부모들 역시 우리 가정의 입국과 정착을 돕는 과정에서 친밀감이 형성되었고 어느 정도 속 깊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었다. 그래서 실제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신뢰감 형성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었고,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와 활동에 적극적이었다. 아이들 사이의 놀이 활동은 프로그램에 오리엔테이션 역할을 하였고, 신뢰감 형성을 통해 활동 과정에 대한 신뢰, 참여도, 그리고 역동성을 높여주었다.

    신학함과 과학함 사이에서. 

     1호와 아내가 다루었던 활동 가운데, 빛의 삼원색을 다룬 과정이 있었다. 하나님의 창조 세계 속에서 등장하는 “빛”은 파동과 입자, 또는 그 파장에 따른 색의 변화를 내포한 물리적 진술은 아니다. 그럼에도 빛이 하나님의 속성으로 설명되는 만큼은 하나님의 존재성과 관련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한 꼭지가 메르신에서 펼쳐졌고, 1호는 “회전판 만들기”를 통해 과학 활동을 진행했다. 회전판 위에 빨간색(R), 초록색(G), 파란색(B) 색종이를 삼분하여 붙였고, 이를 돌리니 흰색까지 되지는 않았지만, 회색이 간간이 드러났다. 아마도 회전판이 좀 더 빨리 돌아갔다면 흰색에 가까웠을 것이다. 아내는 하나님께서 만드신 빛의 속성을 이에 더하여 설명했다.

     우리는 과학적 관찰을 통해서, 신학적 사유에 따른 사물 속 신성을 발견할 때면 감탄이 터진다. “빛이 있으라”(창 1:3)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세상은 비로소 가시적인 존재로 드러났다. 비록 파동과 입자의 이중성 아래의 물리적 현상으로 이해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만물이 빛을 가지고 자신만의 파장들을 드러냄으로, 하나님의 창조 세계는 비로소 물리적 실체가 된 것이다. 부피도 없고, 그 어떤 운동도 없는 의 세계가 하나님의 선언으로 격동되어 분자를 움직이고, 열을 가지고 빛을 발현함으로 관측된다. 그것을 빅뱅이라 부르든, 천지창조라 부르든 신학은 우리에게 신의 일하신 흔적을 관측함으로 경외케 한다. 우리는 실험과 관측을 통해 과학함을 가지고, 관찰의 세상에서 신을 묵상하는 신학함으로 나아갈 수 있다. 동시에 신학함이란 과정은 과학의 세계, 오늘의 일상에서 이상하고, 불편할 수 있다. 이번 여정에서 우리는 1호에게서 이런 불편함을 감지하였다. 1호와 아내 사이에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의견 차이가 생겼는데, 그 배경에는 프로그램 주도권과 일상을 신학함으로 이해하고 설명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에서 비롯되었다. 1호의 갑작스러운 제동에 난처하긴 했지만, 가족 안에서의 소통법이 달라져야 하고, 1호를 대하는 시선 역시, 좀 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는, 일종의 알람으로 받아들였다. 우리 가족의 “신학함”에 있어서 신을 인식하는 방식과 내용에서도 차이가 생겼고, 또, 1호가 성장하고 있음을 발견한 감사의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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