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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오감레터24호] 2025 길을 찾다 -1- 아이들과 함께
    ICTRC_letters 2025. 8. 16. 14:46

    길을 찾는 여정은 시작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6월부터 가족들이 차례로 아파 응급실과 병원을 오갔고, 출국 열흘 전에는 아내가 쓰러져 5일 동안 입원했습니다. 일상의 여정 속에서 여행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가족들의 건강을 돌보는 과정은 이 여정이 순탄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충돌로 하늘길이 막히는 순간도 있었기에, 출발 당일에 땀에 흠뻑 젖고 말리는 반복 속에서 무사히 도착하기만을 기도했습니다. 그 여정에서 아부다비 환승 과정에 항공권과 티켓을 기내에 두고 내린 사건이 발생해서 다음 비행기 게이트가 닫히기 전까지 애가 탔던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그 과정 속에서 ‘여정을 멈춰야 하나, 혼자 남아야 하나’ 수많은 생각이 오갔지만, 환승 직전 여권을 되찾는 순간, 하나님께서 우리의 여정을 붙들고 계셨음을 느꼈습니다. 모든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는 무사히 튀르키예에 도착했고, 이제 그 은혜 안에서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여정을 준비하며 가장 큰 난관은 숙소였습니다. 3주 동안 머물 곳을 찾는 과정에서, 5인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은 최소 3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막막한 상황 속에서, 현지의 한 선교사님이 안식년으로 비워둔 집을 제공해 주셔서 그곳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연결하시고 예비하시는 손길을 경험하며, 예정대로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사역에서 가장 큰 열매는 우리 자녀들이 현지 MK들과 어울리며 만들어낸 아름다운 향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알고 지내던 한 가정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찬양으로 하나 되는 속도는 빛처럼 빨랐습니다. 그 어울림이 세미나와 워크숍의 분위기를 살리고, 매 세션을 충실하게 쌓아가는 힘이 되었습니다. 세미나 전, 아이들 3명을 중심으로 율동과 찬양을 준비했는데, 마무리 무렵에는 미취학 아동을 제외한 거의 모든 아이들이 율동팀에 합류했습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길을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이 사회가 반드시 지켜야 할 중요한 교육 가치입니다. “2025 길찾”에서 여러 주제를 다루는 세미나와 워크숍들이 있었지만, 찬양만큼은 아이들의 선택으로 3일간 매일 일정의 문을 열었습니다.

    가족나무 프로젝트는 가족이 함께 서로의 정체성과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이 되었습니다. 샤갈의 색채가 그의 여정 국가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하여, 나무의 뿌리를 통해 부모의 기원이 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찾고, 엄마와 아빠가 걸어온 여정의 특색, 그리고 만남에서 비롯된 자녀들의 이야기를 엮어 갑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하나의 DNA에서 비롯되었음을 추적하며, 이를 바탕으로 아이가 자신을 이해하도록 이끕니다. 가지를 통해함께 살지만 독립된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하나의 나무’, 가족나무를 완성합니다. 3일간의 과정 속에서 자녀는 현재와 내일을 그려가고, 부모는 나무 전체를 바라보며 자녀의 위치를 인식하고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성찰합니다. 결과, 부모가양육 바라볼 훈육에서동반자로의 전환을 경험하게 됩니다. 물론 전환의 정도는 부모가 성장 과정에서 체득한 가치와 배경에 따라 다를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자녀가 가족의 일원인 동시에 이미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여행가방 만들기는 자녀들이 교차문화 속에서 ‘나에게 속한 것’을 찾는 시간이었습니다. 가족나무에서 자신의 가지를 인식한 뒤, 자신만의 색깔과 문양으로 가방을 꾸미고, 이동에 필요한 다섯 가지 애착 물건을 넣도록 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가족에 대한 애착뿐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현지 삶을 결핍과 부러움으로만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그들의 삶에는 자신이 사는 세계를 즐기는 여정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이 시간은 이동 과정에서 겪게 될 상실의 요인을 찾고, 그것과 어떻게 이별할지를 고민하며, 동시에 도착지에 대한 기대를 품게 하는 준비의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은 현지에서 만난 친구들, 그리고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마음을 열고 정착하게 해 준 단짝 친구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빛나는 존재인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튀르키예는 한국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곳입니다. K-pop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어를 배우고 다가와 말을 거는 이들, 터키 영화 「아이란」을 통해 한국에 대한 마음을 전하는 어르신들, 심지어 식당에서 차나 과일을 무료로 제공하며 환대를 표현하는 모습까지 경험했습니다. 어쩌면 이런 애정이 현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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