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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뷰] 재입국, 소속감에 목마른 TCK
    연구소 2023. 4. 22. 16:36

    황채영. "역이주 대학생들의 전략적 서사 : 중국의 이주 및 교육경험, 그리고 문화정체성을중심으로" , 2019. 서울

    출처. 상해한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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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연구는 부모와 동행하여 중국에서 성장기를 보낸 역이주 대학생들의 교육과정에서의 경험과 그 속에서 형성된 문화정체성,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들의 전략적 서사를 밝혀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의 연구문제를 설정하였다. 첫째는 한국과 중국의 교육체제하에서 역이주 대학생들이 경험하는 교육과정과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교육경험 속에서 이들의 문화정체성의 형성과정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교육경험과 문화정체성에 근거하여 TCK인 역이주 대학생들이 취하는 전략적 행위들을 해석하는 것이다. 위의 세 질문에 답하기 위해 부모와 동행한 중국에서의 이주경험을 가지고 서울소재 대학에 진학중인 대학생 13명을 대상으로 심층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이주 대학생들은 중국과 한국을 배제하면서도 소속되려는 모순적이며 복합적인 태도와 대응방식을 갖고 있으며, 이 과정은 학교 유형과 부모의 양육방식의 매개효과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우선 이들은 한국국제학교, 중국로컬학교, 영미권 국제학교 등 다양한 유형의 학교에 진학하지만, 궁극적으로 한국 혹은 서양문화권에 맞춰진 교육과정으로 수렴한다. 한국대학의 목표가 뚜렷했던 TCK들의 교육과정은 한국의 입시체제에 맞춰지는데, 지리적으로는 중국에 체류하고 있지만 한국의 교육과정을 밟음으로써 초국가성을 만들어낸다. 한편, 영미권 대학과 한국대학을 동시에 고려한 TCK들은 부모의 권유, 한국에서의 첫 사회생활, 그리고 대학의 서열 등의 문제로 결국에는 한국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중국사회를 배제하는 태도를 갖고 있으며 한인 커뮤니티의 폐쇄성과 중국의 사회주의 사상과 문화의 영향을 받는 것을 꺼려하는 인종주의적이며 배타적인 성향이 드러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이 한국으로 역이주하였을 때 중국을 폄하하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에 대해서는 불편해한다. 또한, 이들이 속한 집단 중에는 항상 이주의 경험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과의 연결고리를 완전히 끊지는 못하고 있으며 중국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느낀다. 이처럼 배제와 다름, 그리고 소속감을 자유자재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정체성의 역동성과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불완전성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역이주 대학생들은 중국과 한국에서 겪는 문화차이에 대하여 그 차이점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전략적인 행위를 취한다. 즉,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과의 차이점을 인지하고 전략적이고 주체적으로 대응하며 살아간다. 타협의 과정은 5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한국의 고유문화를 수용하고 그에 맞게 생각을 바꾸고 행동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 이주의 경험을 숨기거나 특례생이라는 사실을 숨김으로써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세 번째는 두 번째와 반대로 이주의 경험을 당당히 드러내며 자랑스러워하는 것이다. 네 번째로 특례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만, 높은 학점을 받거나 교내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거리감을 없애며 한국사회에 소속되어간다. 또한, 동시에 특례생 내부에서의 구분짓기도 동반된다. 마지막으로 역이주 대학생들은 재외국민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껴 체류국에서의 삶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해소시킨다. 중국에 체류하였을 때는 중국사회와 문화를 배제하였지만, 역이주 이후에 이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사회에서의 경험인 것이다.
    따라서 역이주 대학생들은 서로 다른 문화권을 마주하였을 때 처음에는 역문화 충격과 혼란으로 다가간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이주 경험에서 형성한 초국가성, 편견, 지식, 장점 등을 내세우면서 주관적으로 해석하거나 구별짓기, 혹은 타협하기 등의 전략적인 서사들을 통해 한국사회에 살아간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연관된 문화정체성 역시 끊임없이 변환의 가능성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과정은 결국 이들을 또 다른 이주의 계획으로 이어준다.
    이 연구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역이주자들인 제3문화 아이들의 이야기를 국내에 알리고, 개별적인 경험과 미시적 차원인 심리적인 영역에만 한정된 기존 연구들의 한계점을 보완한다. 교육의 심대한 효과와 제도적인 요인들을 연결 지으며 지구화 시대에서 자녀와 함께 동행하여 이주를 하게 될 때, 학교선택과 문화에 대해서 보다 더 깊게 고민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또한, 이들은 전략적으로 타협하며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밝혀낸 것에서 연구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다.

    연구과제를 위해서 석사논문을 만날때마다 전문성에 대한 아쉬운 감이 없을 수는 없다. 그러나 선교사자녀나, TCK같은 연구에서 석사 논문을 검토하듯 읽을 수 밖에 없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재입국자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상당수의 재입국 배경 연구자들이 자신의 녹녹하지 않은 삶을 양식 삼아서 연구하는 여정들이 적지만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아마도 자신의 경험을 이해하고 싶거나, 돕고자 하는 동기를 가지고 연구에 참여했으리라. 이 연구자 역시 중국에서 살아왔던 경험을 토대로 그간의 감정들이 연구로 드러내고 있다.

    연구자는 한국TCK의 경험이 기존의 서구적 관점과 다른 특징이 있음을 간파하고 있으며, 특별히 현지에서의 교육과정과 부모의 정체성이 미치는 영향에 주목하였다. 아울러 한국인 사회가 해외에서 만드는 소위 '디아스포라'라는 형태의 집단 생활이 만드는 폐쇄성이 TCK 성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함으로 기존 TCK 연구에서 하나의 환경으로만 다루던 생활환경 집단의 형태, 거주형태가 생각보다 크게 한인 TCK의 삶에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자는 거주지역이 경제적인 이유나 편의성으로 선택하는 방식과 달리 중국의 경우 정치적 이유로 인해 폐쇄적인 형태로 형성되었다는 점을 통해 중국에서 성장한 한인 TCK 다수가 현지 문화와의 접점없이 학교와 가정, 한인 커뮤니티 안에 성장했다는 점을 언급하였다. 이는 필리핀이나 태국과 같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지역에서의 한인 커뮤니티와 조금 다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 연구가 갖는 의의는 역이주/재입국으로 체득되는 경험이 부정적이거나 부적응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인생의 여정에서 계속 변화되는 개인의 정체성 입장에서 이해하고, 이들의 사회내 부적응을 단지 높은 이동성에서 이해하는 기존의 연구를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64) 경험의 다양성이 한국 사회로 재진입해서 주는 낯설음이나 관계에서의 적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하지만, 동시에 경험에서 비롯된 역량의 확장은 문화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된다. 

    연구자는 재입국/역이주 학생들의 문화수용태도를 5가지로 구분하였는데, 베리(John W. Berry)의 문화적응이론 4가지(동화(Assimilation), 통합(Integration), 분리(Segregation), 주변화(Marginalization))에서 파생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베리의 문화적응이론이 현지문화를 대면하고 선택하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용이하지만, 비서구 TCK들에게는 한계가 있음을 고려해야만 한다.  한국 TCK들은, 혹은 현재의 TCK들은, 현지와 모국 문화를 단일하게 경험하거나 반응하지 않으며, 당시의 시간을 경험하는 순간,  자신의 생존과 적응을 위해 다층적 복합적인 수용과 반응들을 한다. 즉 동화와 통합, 분리, 주변화가 문화수용의 결과가 아니라 동시에 벌어지는 과정의 양상일 뿐이고, 지속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현재의 설명일뿐이다. 이에 대하여 연구자는 "중국과 한국을 배제하면서도 소속되려는 모순적이며 복합적인 태도와 대응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정의한다.

    1. 한국의 고유문화를 수용하고 그에 맞게 생각을 바꾸고 행동하는 것
    2. 이주의 경험을 숨기거나 특례생이라는 사실을 숨김으로써 한국에서 자란 사람들에 소속감을 느끼는 것
    3. 두 번째와 반대로 이주의 경험을 당당히 드러내며 자랑스러워하는 것
    4. 특례에 대한 한국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만, 높은 학점을 받거나 교내 활동에 적극 참여하여 거리감을 없애며 한국사회에 소속되고,, 동시에 특례생 내부에서의 구분짓기도 동반
    5. 역이주 대학생들은 재외국민 커뮤니티에 소속감을 느껴 체류국에서의 삶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을 해소시킨다. 중국에 체류하였을 때는 중국사회와 문화를 배제하였지만, 역이주 이후에 이들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사회에서의 경험인 것이다.

    이런 연구자의 결과는, 비록 중국에서 생활한 일부 연구 대상자를 토대로 한 질적연구지만, 기존의 TCK이론에 기대어 설명하려는 것 보다, 초문화(Trans-Culture)라는 개념을 토대로 가변적인 문화정체성을 발굴하거나, 애초에 오해의 소지가 높은 문화라는 개념을 버리고 사회통합, 국제적 이동에서 생각하는 사회학적 개념에서 출발하는 것이 높은 이동성의 경험자들의 경험을 설명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연구는 앞서 소개했던 김강산의 "한국선교사자녀들의 스트레스 경험에 관한 연구, 2019"에서 다뤘던 회복탄력성에 따른 소위 TCK들의 적응력, 회복과 연결되어 재입국 청년들의 생활력을 관찰하였다. 즉 문화이동이 안고 있는 어려움들을 언급하며 이들에 대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식의 여러 연구들이 간과했던 부분, 문화부적응의 현상을 수정과 치료가 필요한 병리적 현상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역이주자들의 삶에서 관찰되는 문화적 차이는 "병리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경험일 뿐이다. 이 연구는 현상학적 연구로 역이주한 연구대상자들이 경험한 문화적 갈등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통과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현상의 전후 맥락을 살피면서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를 살피고 있다. 물론 연구자의 의도가 반영되었다고 생각되지만, "문화차이에 대하여 그 차이점을 인정하고 타협하는 전략적인 행위"(76)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내 적응과정에서 이해하고 있다. 연구자는 "역이주 대학생과 TCK관련 기존 연구들의 한계점을 보완하여 이들의 개별적 경험과 그 과정에서 형성되고 변화하는 문화정체성을 포착"(76)하는 것을 연구목적으로 삼았다.

     

    리뷰] 선교사자녀들의 스트레스와 회복탄력성

    김강산, 한국선교사자녀들의 스트레스 경험에 관한 연구, 2019. 연구자 김강산은 선교사로의 삶을 돌아보면서 선교사자녀들이 겪는 스트레스 경험이 주는 외상후장애(PTSD) 뿐만 아니라 외상후 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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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연구자는 이 연구에서 역이주/재입국자를 관찰하면서 크게 두가지, 학교 유형과 부모의 양육방식이라는 매개효과에 따라 달라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중국이라는 폐쇄적 사회 특성에서 비롯된 부분일 수 있겠지만 학교 유형에 따른 한국 선교사자녀의 문화정체성 차이에 대한 의견들은 이미 여러 연구들에서 언급되고 있으니, 필연적인 이동에 따른 결과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부모들이 자녀들과 해외로 이주할때, 교육 유형과 양육방식을 점검하고 현지에서의 선택지들을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하기. 

     

    재외국민자녀의 재입국, 사회화

    *원글은 페이스북을 통해 발표했고, 다시 개인 블로그에 옮긴 글을 가지고 왔습니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의 사회화는 개인의 성장 발달과제를 풀어가는 것과 연계하여 이야기된다. 그러나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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